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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문기 모음/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한 칼럼

일본의 역사회복을 위하여

*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관련하여 은폐와 왜곡을 일삼는 것은 나쁜 일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에게 역사성찰을 바랄 때 일본인 개인들은 상처를 받거나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권영진 선교사의 글은 일본에게 역사성찰을 요구하는 그 마음이 일본을 공격하거나 규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야 말로 성숙한 지구 구성원의 할 일이며, 또한 그 길이 바로 역사회복을 향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 주)







글: 권영진 (미얀마 선교사)



얼마 전 필자의 동서로부터 일본에 대한 견해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 공무원들과 함께

토목 관계 일로 일본의 산업과 기술을 견학 시찰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 대해 극찬을 했다.

도로와 인프라 시설, 기업가들과 공무원들의 태도가 너무나 젠틀하고 우리나라 기업가나

공무원들하고는 너무나 다르다고 했다. 견학한 도시들도 너무 깨끗하고 잘 정리되었다고

칭찬했다.


그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본인들이 매우 합리적이고 인간관계가 상당히 공손하다고

알고 있다. 그만큼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G2였던 일본이 우연이 아니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우적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스코트 팩 박사가 쓴 <거짓의 사람들>이란 책에 '집단 악과 공동 범죄'라는 부분이 있다. 한

개인이 아무리 선하다 해도 집단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악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월남

전쟁에 참여해 선량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것은 맹호, 청룡부대 소속 대원들의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사령관들의 지시였다. 마찬가지로 광주 시민들을 살해한 만행 역시

공수부대 대월들의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그들의 군대라는 특수조직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을 행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단 악'이며 '공동 범죄'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인들을 적대시하기 보다는 그들의 역사적인 회복과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시대적, 사회적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자들은 선각자들이요 꿈꾸는

자들이다. 이들은 역사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흐르는 역사 속에 서 있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적 영향력과 그 책임을 인식하는 자들이다. 이 역사 의식의 기반 위에서 우리는

현재에 대해 건전하게 판단하고 비판하는 눈을 가질 수 있다.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복하고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 참과 거짓을 선포하며 미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어느

시대이건 이런 꿈꾸는 창조적 소수들의 존재는 위태롭다. 집단이란 거대한 조직이 그들을

지원하고 후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역사는 이러한 창조적 소수들의 생각과 고난과

희생으로 바른 방향으로 이어져 온 것을 알고 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할지라도....


이런 점에서 평화의 소녀상들을 세계 곳곳에 세우는 일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일본인들을

정죄하기 보다는 그들 공동체 안에 있는 창조적 소수들을 격려하고 일깨워서 일본이 진정

그들의 잘못을 진정으로 시인하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회복되어 나가는 일은 정말

귀한 일이다. 이렇게 공동체의 잘못을 고백하고 회복하는 일을 가장 잘해 온 독일에서 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일은 더더욱 의미가 깊다.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평화의 모드로 가는 이

시점에 일본과 한국이 화해와 이해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필자는 극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아베 정권이 살아나는 길은 오히려 역사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반성해서 지구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으로 아시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일본은 결국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이 귀한 프로젝트를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고를 높이 사며

격려를 드린다. 피해를 입은 아시아의 모든 나라에 이러한 소녀상이 세워지길 기도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