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방문기 모음/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한 칼럼

일본은 사죄하라

얀 루프 오헤른 (Jan Ruff O'Herne, 1923년 1월 18일 ~  ), 스마랑 사건의 피해자 
한국의 친구들 덕분에 50년의 침묵을 깨게 되었다고 한다


글: 안채원



어릴적 함께 콩밭을 매던 아버지께서 “옛날 일제시대때 콩밭 매다가 어린 처녀들이 정신대로 끌려갔었다” 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10살 남짓한 나이였었는데 ‘정신대’ 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일본군이 끌고 갔다는 말이 끔찍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성인이 되어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있은 이후에 사회에 알려지면서 다시금 어릴적 아버지의 그때 말씀이 떠올랐었다.


흔히들 위안부 문제는 한국,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아 뿐만이 아니라 네덜란드 등의 유럽여성들도 강제로 끌고가서 성노예로 삼았다. 네덜란드 정부는 1994년 조사에서 문서로 입증된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 피해자가 65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밝혀진 숫자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수백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일본군의 위안부 운영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일본정부가 개입되었고 국가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네덜란드에서도 하원과 시민단체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은 이렇게 끔찍하고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고도 사죄하지 않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으로 과거 잘못에 대한 청산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도 박근혜정부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누구도 아직 사죄받은 적이 없고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서구 피해여성으로 증언에 나선 네덜란드의 얀 루프 오헤른은 말한다. “우리가 당한 사실을 말할 수는 있어도 그 누구도 우리가 당한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기억이고 무서움일까. 피해여성들은 수십년동안 고통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용기내어 그 사실을 알리고자 말한다.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고, 가해자에게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는 것만이 이들을 치유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함께 지속적으로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에서는 명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주 수요일로 1331회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네덜란드에서도 매달 둘째주 화요일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화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아무 일 없는 척, 모른척, 한쪽눈을 감고 과거를 부정해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용서’라는 것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잘못을 숨기지 말고 진심어린 사죄만이 그들에게 용서를 받는 길이다.